②-3. 발상의 전환 가져온 전북 남원 흥부잔치밥
②-3. 발상의 전환 가져온 전북 남원 흥부잔치밥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3.08.28 17:07
  • 호수 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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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바가지는 그릇으로, 박속은 음식 재료로
 

식당 아닌 마을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체험객 불러 모아

남원 달오름마을은 행정구역으로는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이다. 도립공원이나 국립공원, 그리고 관광객을 흡인하는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고 농촌마을 활성화를 위한 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체험 관광지로 전국적인 이름을 얻는 마을이다.

남원의 지명지에 의하면 남원 달오름 마을은 지맥이 흘러내려 거미줄 형국인 지주설망(蜘宙設網)의 명당 터인 인월에 자리잡은 마을로 마을 터가 동쪽을 향하고 있어 달이 뜨면 정면으로 달빛을 받아 달 오른 모습이 절경이며 달의 기운이 가득 찬 마을이라고 한다.

1380년 이성계 장군이 황산에서 왜장 아지발도를 물리치기 위해 기다리는데 어두워 적을 분간조차 할 수 없자, 하늘을 우러러 “이 나라 백성을 굽어 살피시어 달을 뜨게 해 주소서" 하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칠흑 같은 그믐밤하늘에 어디서 솟아올랐는지 보름달이 떠 대승을 거둘 수 있었고 하는데 이때 이성계가 달을 끌어 올렸다고 해서 인월 (引月)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달의 기운이 가득차기 때문에 체험마을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이 마을 먹거리의 주 메뉴는 흥부잔치밥은 비빔밥이다. 관광지 음식도 아니고 특별한 식재료가 들어간 밥도 아니다. 그냥 일반 가정집에서 큰 양푼에 찬밥 쏟아 넣고 김치, 나물반찬에 고추장, 된장 넣고 쓱쓱 비벼먹는 그런 비빔밥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비빔밥이 이름을 먹은 유명 먹거리가 된 것은 흥부잔치밥이라 이름 짓고 스토리텔링을 담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비빔밥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박 바가지 정말 '기똥차다’
그저 그런 시설이나 관심조차 없었던 장소도 그럴듯한 이야기로 포장이 되면 달라진다. 인월 마을이나 흥부잔치밥은 이야기로 포장돼 성공을 거둔 예이다.

달오름마을 흥부잔치밥은 남원시 농업기술센터에 의해 탄생됐다. 남원시 농업기술센터는 인월리가 흥부의 고장이고 흥부의 박씨, 박타령 등에 기초해 박과 관련한 음식을 개발한 것.

특히 다른 지역에서 박을 재배하는 곳이 없는 차별성을 고려하고 또 박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의 건강증진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에 착안하게 된 것이다.

밥그릇은 일반 그릇이나, 종전의 보도에서 다뤘던 전주, 문경비빔밥처럼 유기가 아닌 박 바가지다. 보름달처럼 둥근 박을 반 쪼갠 형태이거나 8자형태의 표주박을 밥그릇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림이 된다. 먹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한다. 직접 먹어보지 않아도 괜히 맛있을 것 같이 군침이 돈다.

변변한 그릇조차 없었을 흥부네 가족에게 박 바가지는 안성맞춤일 성 싶다. 이처럼 음식 한 가지에 충분한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비빔의 재료도 흔한 것이다. 둥근 쟁반과 같은 접시에 미나리(고구마 줄기, 시금치) 삶아서 무치고, 콩나물 무치고, 당근 곱게 채를 썰어 담고, 고사리도 볶아 담고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각각 황백 지단을 부쳐 곱게 채 썰어 접시에 켜켜이 담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운데 얹은 선홍빛이 너무도 고운 고추장은 화룡점정을 더한다. 오색이 빚어내는 그림이 정말 예쁘다.

이것만으로도 비벼먹으면 활력이 충전될 것 같은데, 여기에 감자조림, 배추 겉절이(상추겉절이), 무 생채나물, 김도 반찬으로 올려 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든다. 곁들여진 콩나물 국물은 맑고 깔끔한 식감을 준다.

일단 시각적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은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박 바가지에 비벼먹는 것이 재미있다. 관광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먹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흥부잔치밥을 시식한 창원 진해 새마을부녀회 오영숙(52) 회원은 “부엌에 박 바가지가 잔뜩 쌓여있어서 이걸 뭐하는데 쓸까 궁금했는데 비빔밥 그릇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다"며 “옛날에 박 바가지는 물을 뜨는데도 사용하고 쌀독 안에 두고 쌀을 뜨는 데도 사용했었던 옛 추억이 생각이 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수빈(진해 웅동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책에서 박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 이렇게 바가지가 그릇으로 사용되는 걸 처음 경험한다"며 “일반 식당에서 일반 그릇에 담긴 밥을 먹는 것 보다 더 맛있고 색다르게 느껴졌고 여러 체험도 했지만 바가지 밥을 먹은 것이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색 먹거리, 관광객 모아
남원 달오름마을의 이같은 이색채험거리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농촌 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2003년 이후 달오름마을은 그동안 농협 지정 팜스테이, 우수 향토산업마을, 향토산업마을 만들기 지정 등 2003년부터 2012년 지난해까지 10년간 10억1천600여만원이 투입됐다.

체험장 및 돌담길 조성 등 환경정비 외에도 한과 및 떡을 생산할 수 있는 가공공장, 농산물 포장재 개발 등 고소득을 꾀하기 위한 각종 시설 및 사업이 진행됐다.

영농조합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달오름마을 체험마을 방문객은 연간 3만명이 넘는다. 매출액도 숙박 1억3천여만원, 농산물 판매 4억여원, 체험비 2천여만원, 음식 매출은 1억원에서 1억1천여만원에 달한다.

음식은 흥부잔치밥 외에 박속 넣은 김부각 주먹밥, 박 덤벙면, 박 버섯전골, 박 주물럭, 박 덮밥 등 박을 재료로 한 먹거리를 개발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특히 흥부잔치밥은 특허 출원한 요리로 처음 음식을 배우기 위해 영농조합법인에 참여한 여자 회원 7명이 전주에 있는 요리학원에서 2주간 요리교육까지 받아 기술을 전수받았다.

현재 흥부잔치밥 1인분 가격이 7천원, 김부각김밥+박 덤벙면 6천원, 박 덮밥 6천원인데, 이들 음식을 남원 아무 식당에서나 사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또 먹고 싶다고 해서 먹을 수 있는 밥이 아니다. 사전에 주문을 받는데 20명 이상 단체식으로만 배식을 한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체험에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무국에서는 20명 단체식이 안되는 2, 3명, 또는 4, 5명인 경우 흥부잔치밥을 먹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인원을 합해 20명 이상으로 묶어 흥부잔치밥을 먹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황태상 위원장은 “흥부잔치밥이 인기를 끌다보니 부산에서 프랜차이즈 식으로 한 번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며 “실현은 되지 않았으나, 같은 비빔밥이지만, 이색 먹거리인데다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맛이어서 다들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농사, 고사리 농사로 이어져
달오름마을의 체험사업으로 시작된 먹거리 개발은 농민들의 농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달오름마을 주변 마을은 달오름마을에 공급하는 박 재배를 하는가 하면, 고사리 재배사업을 하는 등 소득작물이 다변화됐다.

특히 음식 사업에 참여하는 여자 회원은 1일 1식일 경우 3만원, 2식 6만원, 3식 9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체험비에서 지급하고 있는데, 회원들은 농사 외에 이같은 참여로 부수입을 올려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농조합법인은 잔치밥 재료를 직접 재배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특히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것을 채취하는 것은 물론 특화사업비 지원을 받아 전체 2만4천여평에서 고사리를 재배하고 있다.

박농사도 짓고 있는데 옛날 초가지붕에 달처럼 둥근 박이 한 두개 달려있는 것 같은 재배법이 아니라 호박을 재배하는 것처럼, 밭에 대량으로 재배해 박속으로는 음식을 만들어 팔고 박속을 드러낸 겉은 박 바가지 공예나 박바가지 그릇 등으로 활용 농외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농산 가공시설 지원을 받아 야콘 한과를 비롯해 야콘 즙, 반달모양의 달오름 떡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김부각, 된장, 김치, 죽염 등 농산 가공품도 만들어 파는 등 법인에서는 먹거리로 인한 수입과 함께 특산품 판매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같이 체험마을을 잘 꾸려 출자한 회원들에게 지난해에는 4%의 배당을 실시하고 올해 2월에는 6%를 출자배당하는 등 배당액도 점차 늘고 있다. 또 처음 출발 당시 법인 자산이 5천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4억원으로 늘었다.

황태상 위원장은 “다른 지역보다도 체험마을 운영이 잘돼 회원들에게 배당되는 소득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도 흥부잔치밥 등 체험마을 사업 운영에 최선을 다해 외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주민 소득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문수옥 계장은 “흥부잔치밥은 박 바가지에 여러 가지 음식재료를 넣어 비벼먹는 음식인데 색다른 맛을 주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한상차림의 놀부정식을 개발하고 어린이 체험객들이 만들 수 있는 주먹밥을 체험프로그램으로 연결하고 식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남원시 농업기술센터가 이같은 음식을 개발해 대박을 치고 농촌 체험을 활성화시키는 동안, 보은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무엇을 했을까 꼼꼼히 되짚어 보면 손에 잡히는 그 무엇이 없다. 남원시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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