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1. 조리법 메뉴얼화로 맛 향상시킨 문경시 산채비빔밥
②-1. 조리법 메뉴얼화로 맛 향상시킨 문경시 산채비빔밥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3.08.07 21:45
  • 호수 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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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산채비빔밥은 특별한 음식, 고급스럽다

인간문화재가 만든 방짜유기에 문경사발이 찬그릇, 대접받는 느낌

문경의 향토음식은 보은처럼 과거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라, 문경시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석탄주산지로 교과서에 나오기도 했던 문경시(과거 문경군)는 한 때 넘쳐났던 광부들이 풀어놓는 돈이 지역경제를 이끌어갔을 정도로 광산의 위력이 대단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광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줄 폐광되고 덩달아 지역경제도 침체일로에 들어섰다. 1994년 은성탄광이 마지막으로 폐광되면서 문경은 새로운 소득원을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게 됐고 문경이 먹고 살 수 있는 새 소득원이 절실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관광산업이고 2003년 관광객들이 먹을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사극 촬영장 설치를 계기로 관광부흥의 기회를 잡고 또 문경새재, 조령산 등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있었지만, 변변한 관광지 음식이 없어 음식 개발이 요구됐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깔고 철저한 계획 하에 탄생해 전국에 이름난 음식이 바로 문경산채비빔밥이다. 지금은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다.

그리고 2011년에는 대구 계명대 부속 동산의료원을 통해 임상실험 결과 당뇨나 신부전 증 환자에게 좋다는 결과까지 얻는 등 지역 먹거리가 힐링푸드로 발전됐고, 현재 동산의료원에서는 문경산채비빔밥 재료를 이용한 음식으로 치료센터까지 운영하는 성과를 얻었다.

 

#처음부터 관광지 먹거리로 개발된 산채비빔밥
폐광 이후 문경시는 약돌돼지, 오미자, 사과, 표고버섯, 산채 등 음식 재료가 될 만한 특산물도 같이 육성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약돌돼지 샤브샤브, 약돌돼지 한방 솔찜, 돼지고기 석쇠구이, 새재묵조밥 등이다. 조선시대 임금에서 진상했었고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문경 오미자는 효소로 발전돼 음식물에 조미료로 사용되고 차로도 대접한다.

농산물 브랜드화와 먹거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육성되면서 농업기술센터가 바빠졌다. 그 중 향토음식 관련 부서에서는 백두대간 구역인 문경에서 나는 산채를 활용해 6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간 영양가 높은 산채비빔밥이란 표준식단을 들었다. 문경새재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문경시 상초리 문경새재관광지 안에 식당을 개설, 문경산채비빔밥이란 이름으로 특화 시켰다. 그것이 2008년이다.

'백두대간 자연을 벗삼아 초록을 비빈다’는 문경산채비빔밥에는 어떤 산채가 재료로 들어가야 하며 조리법을 명시할 정도로 정리했고 또 문경산채비빔밥 브랜드를 외지에 프랜차이즈화 하거나 지역에서 개업할 것을 고려해 실내 인터리어를 비롯해 비빔밥과 반찬을 담는 그릇까지 세세하게 표준화 해 전국 어디서나 먹는 그렇고 그런 비빔밥이 아닌 고급화 전력으로 차별화 시켰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 향토음식 관련 부서에서는 1억5천만원의 보조금을 지원, 우리음식연구회를 통해 식당을 운영했다. 40인석에 불과한 문경산채비빔밥 식당은 연간 2만5천명이 이용해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부터 시 보조금 지원없이 우리음식연구회 팀이 독립해 운영하고 있다.

산채비빔밥과 콩나물 국물, 그리고 김치, 전, 반찬 3가지인 기본밥상이 1인 9천원이다. 또 더덕구이, 산채장아찌, 오미자 물김치, 모둠 전, 오미자 소소에 고명으로 오디를 올린 샐러드, 약돌돼지 솔찜, 표고버섯 들기름 구이, 여기에 계절음식으로 산초기름 두부구이, 두부 탕수, 능이 회무침, 도토리묵, 송이 회 등이 곁들여지는 찬류에 산채비빔밥으로 차려낸 밥상이 2만5천원이다. 여기에 문경 약돌 한우 갈비찜이 곁들여지면 3만원이다.
이같은 정식요리에도 밥은 일반 공기밥이 아닌 산채비빔밥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문경에서 나는 산채, 국내산으로만 만들어
산채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 종류는 곰취, 참취 등 취나물과 다래순, 곤드레 또는 참나물, 표고버섯, 고사리에 고명으로 다시마 가루를 얹는다.
백두대간 구역에서 채취한 산채와 산채를 볶는데 들어가는 들기름, 참기름, 깨소금 등은 모두 국내산이다. 제아무리 비싸도 수입산을 쓰지 않는다. 또한 인공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설탕 대신 사과즙, 오미자 청, 배즙, 매실즙을 사용하는 등 단맛, 신맛 나는 열매를 이용하는 등 모두 자연자원을 이용한다.  산채비빔밥값으로 받는 1인분 9천원이 결코 비싼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국내산만 사용하니까 문경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산채 전문 식당인 이곳을 찾는다. 속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이같이 정직한 음식으로 식당을 운영한다면 고가 정책 아니고는 배겨날 수 없을 것이지만, 문경산채비빔밥 식당은 이문을 많이 남긴다는 방침이 아닌 좋은 음식을 나눈다는 마음이어서 1인 9천원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해 예약을 하지 않은 손님은 몇 시간씩 기다리는 수고를 해야 한다.

예약분량 만큼만 밥을 짓고 김치종류나 장 종류가 아닌 일반 반찬은 그 때 그 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늘 새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음식을 많이 만들어 놓고 반찬 냉장고에 수북이 보관하지 않아 늘 신선하다.

남이 먹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반찬을 다시 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식당도 분명 있다. 그래서 '음식 재사용하지 않기’와 같은 식문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문경산채비빔밥 식당은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식당을 찾은 모든 손님들은 새로 지은 밥과 새로 만든 반찬을 내놓기를 바란다. 문경산채비빔밥은 손님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운영방식을 택한 것이다.

 

#15분거리 수안보로 가던 식객들 발길 잡아
기자가 문경산채비빔밥식당을 찾은 7월 26일 건물은 현대식이지만 내부는 격자문이 있고 창문에 드리운 모시 발, 커튼이 고풍스럽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이었다. 고운 모시한복을 차려입어 우아함을 풍기는 외모가 식당 분위기와도 너무 잘 어울렸고, 그 모습만으로도 밥상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손때 묻은 소주나 맥주회사 로고가 찍힌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맞는 것과 비교해볼 때 빨리, 빨리를 외치는 손님들을 맞이하기에는 실용성이 떨어질는지 모르지만 삭당을 들서는 사람들에게 정갈함을 보여주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문경산채비빔밥식당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유광희 실장은 “식당에는 먹거리만 있어서는 안되고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며 "산채비빔밥 정식을 먹는 손님들에겐 일일이 음식에 대해 설명한다"고 말했다.

대구와 예천에 사는 친구 6명과 함께 식당을 찾은 정순택(62)씨는 “인공 조미료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단맛, 신맛 나는 열매를 이용해 맛을 내니까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산채비빔밥상을 보면 음식은 눈으로 먹고, 코로 마시고, 입으로 느낀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또 인천에서 조령산을 등산한 후 산채비빔밥을 먹고 싶어 찾았다는 권석인(60)씨는 "다른 곳보다 음식이 깔끔하고 정성을 담았다는 것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밥그릇(방짜유기)부터 차이가 난다"며 "음식은 가격을 떠나서 맛이 좋지 않으면 정말 실망을 하는데 이곳은 정말 맛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과거 문경을 찾은 관광객들이 문경을 구경하고 밥은 15분 거리에 있는 충주 수안보에서 먹었던 것이 일반화된 관광 패턴이었으나, 문경 산채비빔밥을 비롯해 맛있는 먹거리가 발굴, 발전되면서 문경은 식도락가들이 찾는 맛의 고장이 됐다.

이같이 맛있는 밥으로 소문난 문경산채비빔밥의 조리법은 모두 메뉴얼화 해 지역에서 문경산채비빔밥을 운영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시키고 있고 식당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비빔밥그릇, 반찬그릇, 메뉴판, 심지어 앞치마, 머릿수건, 메모지까지 규격화된 기준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일반 프랜차이즈처럼 문경산채빔밥도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문경시 농업기술센터 농산물가공담당 김미자 계장은 “아직 문경산채비빔밥 식당을 프랜차이즈화한 곳은 없지만, 우리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맛있게 조리해 인간문화재가 만든 방짜유기와 문경사발에 담아내놓는 음식상을 받아보면 관광객을 뜨내기로 취급하지 않고 손님으로서 크게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것이다"라며 산채비빔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신혼여행 필수코스, 수학여행 필수코스로 전국민이 찾았던 속리산 관광지가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으로 전락한 지금, 한명이라도 더 받아서 한 푼이라도 더 이문을 남기겠다는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속리산의 산채비빔밥을 먹은 관광객이 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 잘 받았다는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먹거리의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볼 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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