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관광산업 견인하는 향토음식 선진사례
② 관광산업 견인하는 향토음식 선진사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3.07.31 21:37
  • 호수 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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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축제와 연계한 양평 용문산 산채비빔밥

역사성으로 보증한 양평 산채 발전할 수밖에
산채 쌈, 산나물축제 그리고 사찰음식으로 관광객 발길 잡아

산림을 자원으로 하는 관광지 음식마다 산채요리가 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관광지에도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산채 쌈 등 산채를 재료로 한 음식이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다.
이번호에 소개될 용문산 산채도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산채이지만, 용문산은 역사성을 바탕으로 산채요리를 관광지 먹거리로 개발한 사례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용문산 산채 명기
경기도 양평군의 산채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드문 경우다. 양평군의 옛 이름인 지평현이었는데, 동국여지지 지평현 관련 표기에는 용문산 산채, 당귀, 하수오 등이 명기돼 있다. 옛날부터 용문산은 산채로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웰빙 붐으로 전통 음식문화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고유의 음식문화 중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산나물을 이용한 각종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산나물을 요리를 접할 때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선조들이 산나물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그 지혜를 엿볼 수 있는데 양평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적시했지만 양평 용문산의 나물은 역사적으로도 맛과 효능이 사료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각종 버섯과 산채 등이 씌여있고, 성리학자 고봉선생은 용문산에 종을 보내 봄철에 나물을 뜯어다가 말려 겨울철 귀한 먹을거리로 삼았다는 일화가 오음유고에 전해온다.
또 실학자 유득공은 '용문산의 두 나물로 선비를 먹이다’라는 시에서 용문산채의 뛰어난 맛을 표현하였고, 민중의 삶을 대변하는 우리 민요인 '건드렁 타령’의 노랫말에도 '용문산채를 사시래요’라는 가사가 나올 만큼 용문산의 산나물은 예로부터 신분의 높낮이, 빈부의 격차를 두지 않고 모두가 함께 즐겼던 우리 고유의 좋은 먹을거리였다.
그리고 이같은 역사적 근거는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용문산 관광지 산채비빔밥의 역사성까지 확보해주고 있는 듯 보인다.
양평군은 이같은 역사성을 근거로 산나물 축제를 하고 산채를 소득작목으로 육성하는 등 산채비빔밥의 재료가 될 산채를 모두 지역에서 공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했다.
이렇게 해서 용문산 관광지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산채는 대부분 이곳 용문산, 그리고 양평군에서 나는 것들이다. 군내 각 식당에서 취급하는 산채는 산에서 채취한 것이든, 재배한 것이든 모두 메이드 인 양평군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지역과 다르다. 속리산 산채비빔밥도 지역에서 구하는 산채도 있겠지만, 대부분 대전 농산물시장 등에서 구입해 파는 시장물건이기 때문에 향토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향토음식의 요건이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음식이어야 하고 지역의 전통 조리법으로 특징을 갖게 하는 것으로 볼 때 속리산 산채 비빔밥이 이 요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평 용문산 산채비빔밥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산나물 축제로 산채 이미지 부각
양평의 산채 정통성 부각은 산나물축제가 한 몫을 담당한다. 올해 5월 5회 산나물 축제를 했는데, 판매하는제품은 재배한 것과 산에서 채취한 것을 포장지로 구분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향기가 기가 막힌 각종 산채 요리를 시식하고 또 각종 산채와 밥이 섞여 고소하고 '쌉싸름하고’ 풋풋한 풀향까지 나는 무료 산채비빔밥도 관광객이 나눠먹는 행사로 산채비빔밥과 산채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용문사 사찰 이미지를 활용해 사찰음식의 대가인 선재스님 등이 사찰음식 강습, 시연 및 체험행사가 어우러지고 또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각종 산나물 효소를 활용한 차와 음식까지 보태져 양평의 먹거리는 건강에 매우 이로운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귀결시켰다.
더욱이 산채를 주제로 한 산나물 축제로 홍보가 되니까 용문산 산채비빔밥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양평의 것이고 중국산 고사리, 도라지 등이 비일비재한 일반 시내음식과 달리 양평의 산채로만 요리된 건강밥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양평군 산림경영사업소 산채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양평군내에는 13개 작목반이 31만8천680㎡(9만6천여명)에서 고사리, 참취, 곰취, 도라지, 산더덕, 두릅, 곤드레, 산마늘, 눈개승마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중 밭 재배는 5%도 채 되지 않고 거의 모든 산채는 생육특성에 맞는 조건의 산림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한 독림가는 80㏊에 산더덕과 산양산삼을 재배하고 있다"며 양평 산나물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평의 산채만 이용한 밥상이 매우 비싼데도 불구하고 운영이 잘 된다"며 "용문산 산채비빔밥은 단가를 맞추기가 어려워 많은 종류의 산채를 넣지 못하지만 다른 관광지에 비해 산채가 많이 들어가고 중국산이 아닌 그리고 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닌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산채만 사용된 로컬푸드"라며 "신뢰해도 된다"고 말했다.

#식당엔 친절, 스토리가 있다
이렇게 산채요리의 기반을 갖춘 양평군 용문산 관광지 가는 길은 양 옆으로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 즐비했다.
여기서부터 관광지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경주 톨게이트와 같은 관문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 이전 진입구간이 관광지나 다름없다. 관광지 내에는 20여개의 식당이 있지만 관광지 진입로 변에는 전통가옥, 목조가옥, 그리고 야생화로 꾸며진 정원이 아름다운 집 등 예쁜 건물에 두부, 연 요리, 뽕 밥, 곤드레 밥, 산채정식, 바비큐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유혹했다.
관광지 상층부에 조계종인 용문사가 있지만 관광지 내 식당 등 토지는 모두 개인 소유의 것이어서 관광지 건물은 속리산 집단시설지구 같지 않게 다양했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중앙식당이라는 곳이 아닌 기자가 산채 비빔밥 음식 체험한 곳은 용문산식당(대표 홍진원, 54)이다. 산채비빔밥과 함께 산채 쌈이 함께 나왔는데 비빔밥은 속리산 산채 비빔밥과 재료는 비슷했다.
이 식당의 특징은 바로 산채 쌈이었다. 상추, 고들빼기, 참나물, 취나물, 산미나리가 제공됐는데, 일반적으로 줄기부분을 먹지않고 잎만 먹는 것과 달리 용문산식당 홍진원 사장은 줄기를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우깡을 앞니로 베어 물듯이, 토끼가 앞니로 풀을 뜯어먹듯이, 산나물 잎끼리 모아 밥과 양념장을 넣고 쌈을 싼 후 잎 부분부터 먹고 줄기 부분은 앞니로 토끼가 풀을 뜯듯이 먹으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앞니로 먹는 것과 어금니로 먹는 맛이 다르고 또 줄기에 향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사장은 이같이 산채 쌈 먹는 법을 식당을 찾은 모든 손님들에게 일일이 시범을 보이며 설명한다. 처음 거부감을 갖는 여자 손님들에게도 한 번만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일단 한 번 그 방법으로 먹으면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그 방법으로 쌈을 먹는다는 것.
용문산식당 나름의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게 쌈을 먹는 것 때문에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홍 사장은 "돈만 본다면 거부하는 손님들에게 굳이 이같은 방법을 권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손님에게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며 "과거 배고프던 시절 음식은 배만 부르면 됐지만, 지금은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입으로 먹고 혀로 느끼게 오감만족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매일 용문산식당을 온다는 방승의(74) 어르신은 산채를 먹기 위해 매일 온다고 한다. 이곳에서 밥 먹고 막걸리 마시고 주변 돌아보고 4시간 정도 머문 후 다시 용문역에서 서울행 전철을 타고 귀경한다고 한다.
단골인 이 할아버지를 위해 홍 사장은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잘라서 제육볶음을 맛있게 하고 향기가 진한 산채로 간단한 술상을 차려낸다.
그리고 할아버지 옆에서 잔도 채워드리고 두툼한 고기도 자르는 등 서비스한다. 매일 오지만 돈되는 음식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늘 대접받는 느낌을 받는다는 할아버지는 “혼자 왔지만 사장이 대작을 해주니까 심심하지 않고 막걸리를 마시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한다"며 고마워했다.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서비스가 손님을 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식당 앞의 은행나무 가로수 주변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대신 더덕줄기가 나무를 타고 오르고, 절간에서 모양 좋은 돌그릇에 흐르는 물을 받아놓고 신도들이 마실 수 있게 하듯 지하수를 맷돌 판으로 끌어올려 흐르게 하면서 관광객 누구나가 마실 수 있게 하는 홍진원 대표는 "자원은 만들면 되고 생각을 바꾸고 고정관념을 바꿔야 손님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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