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청 사격팀 훈련장을 찾아
보은군청 사격팀 훈련장을 찾아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3.05.30 09:51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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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의 사격팀으로 비상한다

보은군청 사격팀(코치 양승전)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2011년 12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기념 전국사격대회에서 단체전 첫 우승을 거머쥔 이후, 지금까지 1년 6개월 동안 대회신기록을 세우면서 개인전 우승 8회, 단체전 우승 4회 차지해 사격의 기본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기소총 10M에서 국내 정상을 달리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보은군청 사격팀의 훈련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실전 같은 훈련만이 최선
지난 5월 24일 보은군청 사격팀을 만난 곳은 보은중학교 사격훈련장인 정심관이다.
'탕, 탕, 탕’ 정심관 입구에 들어서자, 나지막이 울리는 공기총 소리가 들린다. 양승전 코치는 선수들이 쏜 전자표적을 확인하고 있고, 4명의 선수들은 '서서 쏴’ 자세로 10M 앞에 놓여진 표적을 향해 한발 한발 집중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일찍 찾아온 30도가 넘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 5일부터 경남 창원에서 개최되는 2013년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입상과 곧이어 13일 충북 음성군에서 열리는 제52회 충북도민체전에서 보은군에 메달을 안기기 위해 표적과 눈싸움에 열중이었다.

이렇게 실전과 같은 훈련에 집중한 결과로, 보은군청 사격팀은 2011년부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12월 실업연맹회장배 사격대회에서 단체전 3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 대통령경호실장기 전국사격대회 개인 및 단체전 1위에 오르기까지, 단체전 1위 5회, 2위 7회, 3위 8회, 개인전에서도 1위 8회, 2위 2회, 3위 5회의 입상성적을 내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이병철·고훈 선수가 개인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상경·김상도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김상도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과 동아시아대회 출전 선발전에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상경 선수는 3점을 뒤진 채 공동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은 선발전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한다면, 2014년에는 보은군청 사격팀에서 두 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김상도·이상경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는 양승전 코치의 발 빠른 대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이 끝난 후, 국제사격연맹(ISSF)는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기존 경기방식을 서바이벌 경기방식으로 변경했다.

서바이벌 방식은 예선점수는 결선라운드 진출자를 결정하는 데만 사용하고, 결선라운드에 진출한 8명의 선수들이 3발씩 2번을 사격한 후, 이후 1발씩 2번 사격하면서 최하점수를 기록하는 선수를 한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경기시간이 1시간 45분에서 30분 단축되어 빨리 사격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결선에 임하는 선수들은 한발씩 쏠 때마다, 탈락이 결정되므로 그만큼 집중력이 필요하고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게 된다.

이를 미리 예측한 양 코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빨리 사격하는 훈련과 집중력 강화훈련에 더욱 신경을 썼고, 이 훈련을 잘 따른 김상도·이상경 선수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코치와 선수 간 믿음이 중요
보은군청 사격팀은 종전 실업팀이었던 근대 5종이 없어지고, 2005년 1월 창단됐다. 당시는 도민체전 출전을 위한 정도의 실업팀으로 운영됐다. 따라서 훈련여건이나 장비가 열악했고, 도민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정도 외에는 전국단위 대회에서 입상을 꿈도 못 꾸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중 2009년 양승전 코치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서서히 실업팀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양 코치는 전국을 수소문해 선수 스카우트에 나서, 2011년 1월 보은중·고 출신인 이병철 선수를 비롯해 고훈·김상도 선수를 영입했으며, 2012년 1월에는 이상경 선수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선수단이 구성됐다.

양승전 코치는 훈련보다는 코치와 선수 간 믿음이 있어야 선수단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시로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충실한 훈련을 선수들이 소화하면서 날로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보은군청 사격팀은 코치와 선수가 믿음이 형성되어 코치는 선수를 믿고, 선수는 코치를 따르고 있다.

보은군청 사격팀 선수들의 하루 훈련일정은 오전 8시 40분에 보은중학교 사격장으로 집합하면서 시작된다.
먼저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30분간 명상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사격은 정신력 집중해야 하는 멘탈 스포츠다보니, 머리속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명상이 강조된다. 이후 사격훈련에 들어가는데, 사격훈련에서는 전날 훈련에 대한 평가와 대회출전 후에는 대회에서 보여준 장단점에 대한 지적을 적용해 훈련에 임하게 된다. 12시에 점심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오후 2시까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전과 비슷한 훈련을 반복하게 하며, 저녁 6시 훈련을 정리하고 퇴근을 한다.

이런 훈련이 반복되지만, 사격대회가 열리는 시즌과 비시즌의 훈련이 조금은 다르다. 보통 시즌과 비시즌은 각종 대회가 열리는 4월부터 10월과 대회가 없는 11월부터 3월로 구분된다.

시즌에는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집중력 강화 및 사격훈련을 주로 하고, 대회를 1주일 앞두고는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다. 비시즌에는 체력강화 훈련에 집중하게 된다. 체력단련실에서 웨이트를 하고 정지력, 자세교정, 새로운 기술습득과 함께 장비교체도 비시즌에 이루어진다. 또한 사격이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이다 보니, 선수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종종 족구,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육을 이완시켜 주고, 경치 좋은 곳에서 낚시도 한다.

양승전 코치는 “동계훈련에는 경치가 좋은 속리산 천왕봉이나 문장대 등반을 하고 있다.  이따금 낚시도 하는데, 정적인 운동인 사격에 도움이 된다"면서 “사격은 순간 집중력이 요구되는 종목인 만큼, 정신수양과 이미지 트레이닝 등 멘탈 강화훈련에 집중하고, 또한 선수와 면담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훈련방침을 설명했다.

이런 양 코치의 훈련 및 지도방식이 알려지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타 실업팀에서 보은군청 사격팀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양 코치의 자율적이고 부드러운 훈련지도방식과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양승전 코치는 회인면 출신으로 1995년 회인중 재학시절 사격선수를 시작해 20년째 사격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보은고(14회)와 경남대 재학시절 주니어 한국신기록과 한국타이기록을 세우면서 사격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서산시청과 괴산군청을 거쳐 2005년 보은군청 사격팀 창단멤버로 들어와 선수생활을 잠시 한 후, 2007년부터 코치 겸 선수를 하다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양성에 나서고 있다.

 

#실업팀이 중학교에 빌붙어
이렇게 보은군청 사격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훈련여건이나 선수단 처우를 감안하면 놀랍기만 하다.
다른 실업팀은 자체 사격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으며, 중·고교 선수들이 찾아와 선배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보은군청 선수들이 보은중학교 후배들의 훈련장을 빌려 쓰고 있는 상황이다. 보은중학교 사격훈련장은 지난해 12월 약 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5개 사로와 최첨단 전자표적장비가 설치하고, 부대시설로 체력단련실, 샤워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사격장에 보은군청 선수들이 빌붙어 있는 모양새이다.

이로 인해 민선 5기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파크에 100개 사로를 갖춘 10M 공기소총 사격장을 조성해 선수들의 훈련장을 사용하면서 4~7일씩 열리는 전국대회 유치장소로 이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실업팀이든 학교팀이든,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단 차량도 보은군청 사격팀은 없다. 하는 수 없이 양승전 코치가 자비를 들여 봉고차량을 구입해 임시로 선수단 차량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선수단 운영비도 약 2억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타 실업팀에 비해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실업팀 운영에 대한 보은군의 의지가 지적받고 있다.

더불어 선수들의 성적이 좋게 나오다보니, 선수유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타 실업팀에게 선수들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양 코치는 “선수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는 실업팀 선수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으로 이적하는 것을 무조건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면서 “전국을 다니면서 보은군을 홍보하는 선수들인 만큼, 연봉조정이 필요하다"고 연봉문제를 꺼냈다.

실제 보은군청 선수들은 약 2천4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5~6천만원대 연봉을 받는 타 지자체 소속선수들이 즐비한 것을 감안하면, 선수들이 유혹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계약기간도 1년 단위로 매년 이루어지다보니, 보다 안정된 선수생활을 위해서는 3년 단위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결연을 통한 스폰서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화그룹은 경남 창원종합사격장에 100억원 가량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북면에 한화사업장이 있는 만큼, 보은군이 적극 나선다면 보은군청 사격팀을 후원하고 전용 사격장을 조성하는 데, 한화그룹 차원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만은 아닐 듯싶다.

양승전 코치는 “어려운 훈련여건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자기훈련에 충실해 좋은 성적을 내주고 있어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직 사격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보은군민들께서 많은 관심과 호응을 보내주신다면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데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면서, “보은군청 소속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위선양은 물론, 보은지역 홍보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수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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