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살아온 이야기
43년, 살아온 이야기
  • 편집부
  • 승인 2009.12.03 09:49
  • 호수 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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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집 오는 날부터 시어머님하고 43년을 살아왔다.
시어머님은 92세가 되었고, 며느리는 70이 이마에 닿았다.
그렇게 살아오는데 시어머님한테 따뜻한 사랑 한 번 못 받고 살아왔다.
시어머님한테 억지소리도 많이 듣고, 마음 아픈 소리도 많이 들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시어머님이 세 살 먹은 아기가 되었다.
며느리를 엄마처럼 의지 한다.
들에서 해 저물 쯤 들어오면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하면서 울기도 했다.
볼일을 보러 가면 아들한테 "왜 아직도 안 오느냐"고 하면서 대문 앞에 의자를 놓고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님이 노환으로 자리에 눕게 되었다.
이제는 기저귀도 차는 아기가 되었다.
옛 말에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나 같은 사람을 보고 하는 말 이었다.
시집살이는 갈수록 태산보다 더 높았다.
누워있는 시어머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노환으로 누워있으니 병원에 가 고치는 병도 아니고, 며느리 보면 울기만 하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다.
아기 같이 업어서 달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어머님을 볼 때마다 내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집 아기는 나 혼자 두고 가지 말라고 하니 노인 병원에 모실수도 없고, 며느리를 엄마처럼 의지를 하고 좋아하는데 참 안타깝기만 하다.
그 누구나, 죽을 때는 다 저렇게 고통을 겪어야 하늘나라로 간다는 게 참 마음이 아프다.
임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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