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질, 담금질, 메질, 벼름질…’
풀무질, 담금질, 메질, 벼름질…’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3.03.14 10:20
  • 호수 1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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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삼년산성 대장간으로 놀러 가자

삼년산성엔 □가(이) 있다. 네모 안에 맞는 말을 찾아 써넣어보세요.
①냉이 ②개구리(두꺼비) ③대장간 ④…
모두 맞는 말이다. 지금 삼년산성에 가면 냉이는 조금 늦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볼 수 있는 것들이다.

2, 3일 후면 주말 토요일을 맞는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면 멀지 않은 삼년산성으로 도시락과 물과 음료수를 갖고 나들이를 가보자. 그곳에서는 이런 보물들을 만나고, 찾아보고, 또 가져올 수 있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다.

우리지역 주민들이 삼년산성을 찾는 것은 99%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겨우내 불었던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산성을 탄다. 산성 둘레를 한바퀴 도는데 그동안 쓰지 않고 고이 모셔뒀던 근육들이 마구 움직이며 고것(?)도 운동이라고 등줄기에선 땀이 흠씬 흐르고 허벅지엔 알통이 배길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운동을 위해 찾는 삼년산성을 외지인들은 색다른 체험을 위해 찾는다. 그것이 바로 대장간 체험이다. 삼년산성 대장간은 지역 주민보다 외지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이면 거르지 않고 다양한 대장간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을 지키는 보은대장간 유동열(도 무형문화재 야장 전수조교) 대장장이의 지도로 풀무질, 담금질, 벼름질(메질)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올해도 지난 2일부터 '삼년산성과 함께 하는 신라여행 대장장이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9일 삼년산성을 찾았을 땐 대전과 청주에서 온 가족들의 담금질, 메질체험이 한창이었다.

벌건 불 속에서 살을 태운 쇠를 꺼내 뚝딱뚝딱 망치로 두드리고, 물에 넣었던 쇠를 꺼내 다시 뚝딱뚝딱 망치질을 한 후 쇠솔로 쓱쓱 문지르니 윤기가 도는 제품이 탄생했다. 목걸이, 열쇠고리, 부손시계, 그리고 썰매까지. 맘만 먹으면 쇠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뭐든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대장장이랍니다
지난 9일 대전에서 대장간 체험을 와서 부손시계를 만든 윤정원(44)씨는 “산성으로 소풍나온 것처럼 김밥을 싸가지고 와서 도시락 까먹고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거기다 대장장이 체험까지 했는데 체험한 것을 가지고 갈 수 있으니까 너무 좋은 것 같다"며 “다음엔 썰매를 만들 계획이다"라며 매우 흡족해했다.

윤정원씨는 또 “텔레비전에서 봤던 대장간을 이곳에 와서 보고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며 “대장간 체험을 하는 곳이 산성이라 환경이 너무 좋은데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오랜 시간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위락시설과 달리 사람들이 많지 않아 순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대장장이 체험을 한 박병국(초교 4학년)군은 “형과 함께 망치질을 할 때는 박자 맞추느라 힘들었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다음엔 나 혼자 망치를 만들고 싶다"며 만족해했다.

보은읍 삼산리 농어촌공사 앞 우리들학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온 삼산초등학교 박서영·이슬비양과 동광초등학교 박준성·정은목군도 담금질, 메질을 직접 하면서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에 신기해했다.

시중에서 파는 제품처럼 자신이 태어난 띠로 만든 목걸이와 열쇠고리를 손에 받아든 박서영, 이슬비, 박준성, 정은목 어린이는 “이게 내가 만든 목걸이예요. 정말 잘 만들었죠. 친구들한테도 자랑할거예요"라며 자랑하느라 침이 마를 정도였다.

#민속촌 느낌의 대장간이라면…
올해로도 4년째 운영 중인 삼년산성과 함께 하는 대장간 체험은 첫해 7천명 방문을 시작으로 매년 5천명 이상이 체험을 할 정도로 도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진 보은의 관광상품이다.

자연환경이 좋고 고즈넉한 산성에서 삼국시대로 돌아간 듯 역사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외지인들에게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아쉬워하는 부분이 대장간이다.

몽골텐트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산성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고 대장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민속촌처럼 초가지붕 등 전통가옥 속에서 대장간 체험을 할 수 있게 환경이 조성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9일 대전에서 온 윤정원씨도 이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삼년산성이 문화재이고 내 맘대로 현상을 변경할 수도 없고 체험을 지도하고 있는 유동열 대장장이도 그것만은 어쩔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만 갖고 있다.

유동열 대장장이는 “보은군민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찾는 삼년산성이 대장간 체험으로 널리 알려져 많은 외지인들이 찾아 우리 보은을 알리는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이제는 몽골텐트 속 대장간이 아닌 초가나 움집 형태의 대장간을 지어 외지인들에게 관광보은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 조성
가족단위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유동열 대장장이는 대장간 체험을 온 외지인들이 대장간 체험 외에도 전통기구와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장간 주변을 꾸미고 있다.

마트 냉장고나 수도에서만 마실 물이 나오는 것 인줄 아는 어린이들이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물을 마셨다는 것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선 마중물을 넣어 펌프로 물을 퍼 올리는 경험도 가능하다.

민속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구경하기 힘든 농기구들, 즉 풍구, 콩 타작과 벼 타작을 할 수 있는 탈곡기 등 신기한 농기구도 이곳에선 원 없이 눈에 담을 수 있다.

또 대장간 기구인 손풀무와 발풀무를 손으로 돌리거나 발로 밟으면 실제 바람이 나와 불이 붙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모래가 푹신하게 갈려있는 미니 운동장에선 공도 찰 수 있고 보물찾기도 할 수 있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 뭔가 조물조물 만들고 싶어 하는 자녀들을 데리고 주말이면 어디든 가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갖고 있는 부모님들. 길에다 시간 다 버리더다라도 어디든 가려고 한다

하지만 멀리 가지 말고 토요일마다 삼년산성에서 열쇠고리, 목걸이, 부손시계, 썰매를 만들 수 있는 대장간 체험을 엄지손가락 번쩍 추켜들며 최고상품으로 추천한다.(체험 문의 ☎043-544-1400, 010-9409-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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